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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스헤어
11-08-29 16:45 | HIT : 11,274


보그 2011.08.18

“세월은 머리털을 가져가는 대신 지혜를 준다.” 셰익스피어의 농간에 놀아나지 마라. 풍성하고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잃는 것은 심각한 변화다. 그리고 이는 당신의 게으름과 무심함의 결과다.

“고객님, 탈모 3기세요.” 7년 전 청천벽력 같은 진단에 어찌나 화들짝 놀랐던지. 어린 마음에 걱정이 앞서 엄청난 거금을 들여 탈모 제품을 다량 구매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난 탈모가 아니었다는 것, 그리고 풍성한 머리숱을 약속했던 이 제품들이 아무 소용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로는 모발과 두피에 관한 온갖 감언이설은 귓등으로 흘려듣게 됐다. 그런데 최근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고 힘 없이 축축 늘어지면서 심지어 청승맞아 보이자 다시 슬금슬금 샴푸 광고 문구에 솔깃해지기 시작했다. CF 속 모델들은 카펫으로 써도 될 만큼 흑단처럼 검고 풍성한 머리카락을 찰랑거리며 나를 유혹했으니까.

그래서 선택한 것이 얇고 힘 없는 모발을 위한 프레쉬 샴푸. 물론 감을 때는 모발이 철사줄처럼 뻣뻣해지기는 하지만(두피 샴푸의 특징) 정말 모발에 힘이 생기는 느낌이었다. 샴푸 만으로도(미용실에 갖다 바친 트리트먼트 비용에 비하면 훨씬 저렴한 비용!) 아름다운 모발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다는 사실에 감격해, 헤어 케어에 온갖 정성을 들인 친구에게 이기쁜 사실을 알리자 그녀는 ‘이제야 알았냐’는 반응이다. “내가 이것저것 정말 많이 해보고 내린 결론은 하나야. 고가의 클리닉 케어보다 매일 제대로 샴푸만 해도 완전 달라질 수 있다는 것!” 믿을 수 없었다. 35년간 매일매일 머리를 감아왔는데, 뭘 어떻게 제대로 샴푸를 하라는 것일까. 르네 휘테르 황진희 트레이너에게 달려갔다. 의외로 그녀가 알려주는 ‘올바른 샴푸법’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우선 미온수로 충분히 ‘물샴푸’를 한다. 이제까지는 물을 대충 뿌린후 바로 샴푸를 했는데(사우나에서 살펴보면 대부분 나처럼 샴푸를 한다), 사실 땀, 오염, 분비물, 스타일링제 등으로 두피 속까지 물이 젖어 드는 데는 1~2분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두피가 제대로 젖지 않으니 거품도 잘 안 나고 클렌징도 제대로 안 됐던 것. 지성 두피인 나는 물샴푸를 제대로 하는 것만으로도 피지와 노폐물로 거품이 일 정도다(마치 목욕탕에서 땟물에 거품이 끼는 것처럼). 이제 샴푸를 손에 덜어 정수리, 양 옆, 뒤통수에 나눠 묻힌 후 조물조물 샴푸를 하는데, 이때는 거품이 크게 일어나진 않는다. 간단히 샴푸를 하고 물을 지나가듯 뿌리며 헹군 후, 처음 샴푸의 반 정도를 더 짜서 이번엔 제대로 샴푸를 한다. 놀랄 정도로 풍성한 거품이 일어나는데, 손가락 지문으로 마치 세안을 하듯 꼼꼼하고 부드럽게 마사지하며 씻어준다. 즉 완벽한 샴푸를 두 번 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애벌빨래, 본빨래를 하듯 첫 번째는 가볍게, 두 번째는 딥클렌징을 하는 것. 어쨌든 결과는 놀라웠다. 35년 동안 해왔던 샴푸는 샴푸가 아니었다. 거품만 나면 클렌징이 됐다고 생각했던 안일한 과거가 부끄러워졌다. 만약 당신이 샴푸 후에도 개운하지 않고 금방 기름이 끼고 냄새가 난다면 애초에 클렌징이 잘못된 것이다. 제대로 샴푸만 해도 머리가 홀가분하고 다음날 저녁까지 냄새와 피지가 한층 줄어든다는 말씀!

“주의할 점은 여자들은 조금만 길어도 머리카락을 따로 빨려고 하죠. 긴 머리를 정수리에 말아 올려서 비비듯이 샴푸를 하거나 모발에 따로 샴푸를 하기도 하죠. 이는 오히려 엉키고 늘어나고 마찰되면서 모발을 상하게 합니다. 두피를 깨끗하게 씻은 거품을 가지고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위에서 아래로 쓸어주듯이 훑어 내리는 것만으로도 모발은 충분히 깨끗해집니다.”

여기에 ‘제대로 말리는 효과’까지 더해지자 놀라운 변화가 찾아왔다. 이 또한 방법은 간단하다. 차가운 바람으로 두피를 말리면 되는데(모발은 시폰 드레스라고 생각하자. 뜨거운 열기는 절대 금물!), 샴푸 후 TV를 보며 선풍기 앞에 앉아 있으면 된다. 가끔씩 머리카락을 들어올려 두피에 바람이 잘 통하도록 해주면서 말이다. 그래도 자기 전까지 제대로 마르지 않으면 드라이어의 차가운 바람으로 마무리하면 끝! 이렇게 간단한 절차만으로도 다음날 볼륨감이 다르다(고백하자면 이제까지는 뜨거운 드라이어 바람으로 뚝딱 말리거나 눅눅한 채로 그냥 잠들었다)! 덕분에 매일 아침마다 두피까지 물을 적시지 않으면 태풍을 만난 갈대처럼 드러누워 일어서지 못하던 모발에게 안녕을 고할 수 있었다. 요즘은 자고 일어나도 꽤 볼륨감이 살아 있어 살짝 분무만 해도 스타일링을 할 수 있을 정도!“

사람들은 비싼 돈을 주고 제품을 구입하면서 ‘이것만 있으면 나도 좋아지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합니다. 스스로 깨끗하게 클렌징하고 건조시켜주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습니다.” 황 트레이너, 당신의 말씀이 옳습니다! 그녀를 향해 찬양의 두 팔을 번쩍 든 나였지만 일주일 후 시련이 닥쳤다. 샴푸 후 지글지글 두피가 가렵기 시작한 것. 여러 짐작들이 난무했다. ‘과도한 클렌징으로 두피가 건조해졌을까, 어제 처음 사용한 강력한 쿨링 효과의 샴푸가 자극적이었을까, 지나친 열정으로 마사지를 격렬하게 했던 것일까.’ 황 트레이너에게 징징거리며 사태를 보고하자, “아침, 저녁 두 번 샴푸했나요? 손톱을 세워서 두피를 마사지했나요? 그게 아니라면 지나친 세정으로 두피가 자극 받은 건 아니에요”라고 답했다. 물론 샴푸의 횟수는 두피 상태에 따라 다르다. 건성이라면 2~4일에한 번, 지나치게 지성이라면 하루 1회 이상이 좋을 수도 있다. 다만 비듬이 있다면 하루 한 번 샴푸해야 한다. “샴푸와 잘 맞지 않아서일 수도 있지만 한번 사용으로 그렇게 되진 않을 듯해요. 우선 문제의 샴푸 사용을 중단하고 4~5일 다른 샴푸를 사용한 후 다시 원래 쓰던 샴푸를 사용해 보세요. 그때도 간지러우면 샴푸가 문제인 거죠. 그렇지 않다면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어요. 노폐물이 제대로 씻겨나가고 두피가 드러나면서 적응하는 기간일 수도 있고, 아무래도 예전보다 훨씬 두피 마사지를 많이 하기 때문에 혈행이 좋아지면서 두피가 간지럽다고 느낄 수도 있어요.”
다행히 며칠 후 두피는 정상으로 돌아왔고, 기운을 차린 나는 브러싱과 트리트먼트까지 섭렵하기로 했다. 우선 하루 100번 빗질은 제발 잊어버리자. 오히려 지나친 빗질이 머리를 상하게 한다. 특히 젖은 상태에선 절대 금물! 빗살이 기분 좋게 두피를 긁어주듯 빗질을 하면 되는데, 빗살 끝이 동그랗고(자극을 줄이기 위해), 사용했을 때 정전기가 나지 않고(나무 소재를 사용하자), 손바닥만큼 널찍한 브러시를 구입한다. 다만 지성인 경우에는 만지면 만질수록 기름이 더 많이 나오기 때문에 저녁 샴푸 전 두드리거나 빗는 것이 좋다. 아침에 과도하게 빗질을 하다 하루 종일 떡진 채 지내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또 트리트먼트는 한번 할 때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매일 하면 더 좋지만 매일 하기 때문에 대충하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깨끗하게 샴푸를 하고 타월로 물기를 빼고 두피를 피해(두피에서 3~5cm까지는 어린 모발로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머리카락에 골고루 발라 비닐캡을 쓰고 5분 정도 기다립니다. 이걸 매일 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다면 오히려 제대로 일주일에 두세 번 하는 편이 낫습니다. 사실 트리트먼트, 헤어팩, 마스크, 컨디셔너 모두 성격이 같아요. 말장난일 뿐이니 위에서 설명한 대로 사용하시면 됩니다. 이런 제품들은 그냥 바른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손가락으로 빗어주듯이 쓸어서 머리카락에 코팅시켜야 해요. 열 번 정도 쓸어내리면 되는데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아요. 그런데도 차이는 크죠. 머리카락이 통통해지는 느낌이랄까요. 마무리는 거품이 나지 않을 때까지 깨끗하게 헹궈줍니다.”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듯했다. 나에게도 뒷모습만으로 남자들이 줄줄 따라오는 날이(앞모습엔 실망할지언정) 찾아오는 것일까. 그러나 CNP모발이식클리닉 한일웅 원장은 타고난 머리숱은 어쩔 수 없다고 설명한다. “선천적으로 적은 머리숱, 곱슬, 뻣뻣한 머릿결 등의 근본적인 해결은 사실 불가능합니다. 시술(메조테라피)로 잔털을 약간 굵게 만들 수 있긴해요. 모발 이식도 가능하지만 결국 자신의 모발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죠. 스트레이트, 펌, 트리트먼트로 일시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리는 중요하다. 사람은 평균 15만 개의 모낭을 머리에 가지고 있고 한 원장의 말처럼 이 숫자는 변하지 않는다. 한 모낭에서 1개의 머리카락이 나던 사람이 3~4개 나는 기적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머리카락 두께, 상태, 빠지는 시기는 평소 관리에 따라 변한다. “환경오염과 스트레스 때문인지 탈모로 고민하는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습니다. 이는 식습관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과거에는 콩으로 만든 된장찌개를 주로 먹었다면 요즘은 지방이 많은 햄버거, 도넛, 피자를 많이 먹으니까요.” <내 몸 아름답게 만들기>에 따르면 동물성 지방(특히 붉은 고기)와 고지방 음식은 모낭에 손상을 준다. 반대로 비타민 B군(B6, 비오틴, 엽산)은 가장 든든한 탈모의 지원군이며 콩당근콜리플라워대두견과류쌀겨달걀 등에 많이 들어 있다. 또 오메가 3 지방산, 해조류에서 추출한 DHA 보충제는 머릿결을 빛나게 하는 1순위 영양소로 꼽힌다. 이 외에도 호두, 아마씨, 아보카도, 정어리, 저지방 우유, 녹차 등이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음식으로 탈모를 해결하기는 어렵습니다. 유지시켜주는 정도로 이해해야죠. 가령 골다공증에 좋다는 칼슘을 섭취하려고 멸치를 먹으려면 몇 박스는 먹어야 하죠. 탈모도 마찬가지입니다. 오히려 좋다는 걸 골라서 먹기보다는 너무 기름진 것, 너무 단 음식을 피하는 것이 현명할 듯싶네요. 삼겹살보다는 보쌈, 대형 마트에서 판매하는 트랜스지방 덩어리인 쫀득쫀득한 쿠키 대신 콩떡을 선택하는 거죠.”

한일웅 원장의 사려 깊은 조언에도 불구하고 먹는 것과 부드러운 머릿결의 관계는 믿고 싶어진다. 애완동물을 기르는 사람이라면 모두 알고 있다. 좋은 사료를 먹일수록 몰라보게 털이 아름다워진다는 사실을. 더군다나 머리카락은 죽은 세포로 신체조건과 별 상관없어 보이지만 머리카락 한 올마다 혈액이 공급된다. 즉 모발은 내 몸의 건강과 영양 상태에 영향 받지 않을 수 없는 것. 호르몬에도 직접적인 영향 받는데, 가령 여자라면 생리 전후로도 두피와 모발 상태가 달라진다. “생리 전에는 황체호르몬에 따라 피지 분비가 활발해져 두피가 기름 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황체호르몬은 남성호르몬과 비슷한 역할을 해서 이 시기에는 여드름도 생기기 쉽고 기름기도 많아지죠. 반대로 생리 후에는 에스트로겐이 많이 분비돼 머리칼이 풍성해지죠. 출산 후 탈모도 임신 중엔 에스트로겐 수치가 올라가면서 머리카락이 거의 빠지지 않다가 출산 후 정상으로 에스트로겐 수치가 떨어지면서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는 것입니다.” 갑상선 호르몬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어 별다른 이유 없이 갑자기 머리가 많이 빠진다면 갑상선 호르몬을 측정하는 혈액검사를 해보는 것이 현명하다.

어쨌든 여자는 대머리가 없다는 건 새빨간 거짓말임을 알아두자. 여자와 남자는 탈모 경향이 다를 뿐인데, 남자는 앞, 혹은 정수리 부분의 모발이 몽땅 빠지고, 여자는 흔히 ‘소갈머리가 없다’고 말하듯 전체적으로 머리 숱이 급속이 줄어 속이 비어 보이거나 M자로 이마가 넓어진다. 이희 헤어 스파 임진희 테라피스트를 비롯해 전문가들이 탈모를 조장하는 여자들의 가장 큰 잘못으로 지적하는 것은 머리카락을 바짝 묶는 것. “견인성 탈모라고 부르는데, 어린 여자애들의 머리를 너무 꽉 묶는 것, 혹은 ‘똥머리’ ‘포니테일’을 하는 것도 주의해야 합니다.” 한일웅 원장은 턱수술 후 붕대를 묶을 때 머리카락까지 조여 묶었다가 머리껍질 째 떨어져 나가(머리카락이 붙어 있는 두피조직을 들고 왔다고 한다) 이식을 하러 온 환자의 경우를 예로 들며 한껏 경각심을 높였다.

자, 이제 모든 정보는 당신의 두 손에 있다. 그러나 헤어 케어와 다이어트에는 공통점이 있다. 다 아는 사실이지만 실천이 어렵다는 것. 이럴땐 에스티 로더의 명언을 떠올리자. “세상에 아름답지 않은 여자는 없다. 다만 게으른 여자가 있을 뿐이다” 모든 걸 다 지키기 어렵다면 오늘부터 밤 10시부터 2시, 피부재생 시간이라 불리는 황금시간대에 두피가 숨쉴 수 있도록 제대로 ‘샴푸’만이라도 하자. 늙어서 푸석거리고 바스라진, 몇가닥 남지 않은 머리카락을 애지중지하는 날이 오길 바라지 않는다면 말이다.
에디터 이화진
포토그래퍼 HYEA W. KANG
스탭 헤어/김정한, 메이크업/이현아
모델 전은주
모델 의상 / 월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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